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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대 형성 (여중생A)
    주관적 인생사 2019. 10. 24. 16:57

    나는 꽤 우울한 인간이다. 

    그동안의 삶도 꽤 우울하다.

    가정폭력과 같은 극단적인 우울 요소가 있던 것은 아니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내가 왜이리도 우울하게 자라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성격이 이상했던 것 같다.

    근데 막상 이상한 사람은 자기가 이상한 걸 못 느낀다. 나 또한 그 당시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일이 잘 못 되었을 때의 원망을 외부로만 돌렸었다.

     

    인터넷이 발전하며,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 속에서 가끔 나 혼자서의 공감을 찾곤 했다. 

    그 공감이란 건 극히 비밀스럽고 타인에게 쉬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 이였다. 

    예를 들면 배꼽때를 후벼파 냄새를 맡는 다던가 하는 더럽고도 비밀스러운 나만의 버릇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던지는 것을 보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였구나 하고 안도감을 얻었다. 

    공감이라는게

    난 이런 더러운 버릇을 가지고 있어! 라고 했을 때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래! 라며 나와 같은 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느껴지는 것이구나 했다.

     

    살아오며 내 주변 친구들에게 용기를 쥐어짜 내 우울함을 일부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나와 같은 사람은 주변에 없었더랬다.

    일부는 그런 생각하지 말라며 달래줬고 일부는 너 참 이상하다며 뒤에서 내 이야기를 즐겼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우울함이 알려질까 발버둥치며 숨겼다. 

    그러다 보니 사람 만나는게 피곤해 졌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진짜 내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즐거운 척을 했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끔만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런 대화 또한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나는 만남에서 기가 쪽빨린채 들어왔다. 

     

    얼마 전 여중생A라는 웹툰을 뒤늦게 보았다. 

    연재가 이미 다 끝나 비용지불까지 하며 보았다. 

    보길 잘했다. 가만히 보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만 울어버렸다.

     

    친구를 만나고 대화하는게 서툴러 집에 와서도 내가 실수한게 없는지 대화를 곱씹어 보고 

    연락을 하기 전에도 "아마 바쁘지 않을까 내가 귀찮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 주인공의 그런 서툰 인간 관계 모습에 

    내 모습이 투영되어 안쓰러웠다. 

     

    나는 현재 원치않게 어른이 되어 나 자신이 우울한 사람이다 라는 것을 가리며 말하는 것이 매우 숙달되었고, 

    처음 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으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매우 쉽다. 

    소위 말해 사회성이 생긴 것이다. 

    이 사회성 조금이 생기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이별을 겪었다. 

    남들에게는 쉬운 일도 나한테는 아니였다. 잘해보려고 할 수록 나는 로보트처럼 말을 버벅대던 때도 있었다.

     

    여전히 내 안은 아직도 저런 고민들을 한다. 

    대화가 무척 재밌었던 날은 그것마저 곱씹어 생각하며 대화를 잘 이끌어간 내 모습에 기뻐한다. 

    누군가 기분이 안좋으면 자연스레 "나 때문인가? 내가 뭘 실수했나?" 하고 나부터 탓한다. 

    주변 사람 기분을 살피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 눈치가 빠르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슬픈 일이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싶지가 않다. 

    그런데 타고난 성격이 바뀌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난 후엔 적당히 하자며 저런 생각이 들면 "에이 그만하자" 하고 

    나 자신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 곳에라도 털어놓으면, 같은 감정이나 고민을 안고 있던 사람이 보고 공감을 할까?

    작은 용기를 내서 내 이야기들을 써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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